[From the Field] 지역 거버넌스와 가치사슬이 만드는 변화: 케냐 마차코스 현장 방문기
등록일 2026.04.30
농업 ODA 사업의 성과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생산했는가’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 생산이 지역의 제도, 시장,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과 어떻게 연결되어 지속가능한 구조로 정착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2026년 4월, 성과관리기관으로 참여 중인 농어촌 개발 사업의 현장 모니터링을 위해 방문한 케냐 마차코스 지역은, 단순한 농업 지원을 넘어 지역 거버넌스와 가치사슬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현장이었습니다.
본 사업은 주황고구마(OFSP) 생산 확대를 중심으로 농가 소득 증대와 영양 개선을 동시에 목표로 하고 있으며, 종자 보급, 기후스마트농업 교육, 농민 조직화, 시장 연계, 가공 및 유통까지 생산–가공–판매 전 과정을 포괄하는 가치사슬 접근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황고구마(Orange Fleshed Sweet Potato, OFSP)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비타민 A 결핍이 심각한 지역에서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활용됩니다. 또한 가뭄에도 비교적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에서 영양 개선과 소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작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지 정부와 함께 작동하는 사업 구조
이번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사업이 ‘프로젝트 단위’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 정부 시스템과 긴밀히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차코스 주정부(County)는 사업의 목적과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농업 정책 및 행정체계와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하위주정부(Sub-county)는 농민 모집, 교육 운영, 기술 확산, 모니터링 등 현장 실행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선도농민(CoRPs)의 디지털 기반 활동이 주목되었습니다. 선도농민들은 농가를 직접 방문하여 재배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모바일 데이터 수집 도구인 iForm을 활용해 농가 정보, 생산 현황, GPS 좌표, 사진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제한된 공공 인력을 보완하면서도 보다 정교한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현장 중심의 데이터 기반 관리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농가에서 시작된 변화, 가치사슬로 확장
현장에서 만난 농가들은 단순히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을 통해 습득한 기술을 실제 경작에 적용하고, 일부는 가공 및 판매 단계로까지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주황고구마는 기존 작물 대비 높은 수익 가능성을 보이며 새로운 소득원으로 인식되고 있었고, 줄기묘 판매, 소규모 가공, 지역 시장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움직임도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청년 농민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정보를 탐색하고 시장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었으며, 이는 향후 농업 가치사슬이 단순 생산을 넘어 유통 및 마케팅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변화로 해석됩니다.

성과와 함께 드러난 과제: 시장과의 연결
한편,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핵심 과제는 시장 접근성이었습니다.
생산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가 필수적이며, 주황고구마는 신작물인 만큼 현지 시장 수요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요구됩니다. 현재 이해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시장 접근’과 ‘마케팅’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에는 개별 농가 단위의 판매를 넘어, 농민 그룹 기반의 공동 마케팅 및 조직화(협동조합 등)가 병행될 때 생산 확대가 실질적인 소득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과관리의 역할: 연결을 읽어내는 일
성과관리는 단순히 보고서와 지표를 관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수치로 포착되기 어려운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분석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잘 작동하는 요소는 강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구체적인 개선 제언으로 연결하는 것, 이것이 성과관리의 본질적인 역할입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수행기관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농업 가치사슬, 젠더, 성과관리 등을 주제로 한 역량강화 워크숍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 추가적인 현장 모니터링이 계획되어 있는 만큼, 가치사슬이라는 유기적 맥락 속에서 농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리고 시장이 연결되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계속해서 확인해 나갈 예정입니다.
